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또 다른 예정된 운명을 안고 살아간다.
어쩌면 인간 사회의 발전은 인간의 예정된 죽음을 좀더 연장 시키기 위한 노력들의 결과물
일런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의 인간 문명속에 불평등 하고 불합리해 보이는 것들이 수없이 존재하지만
죽음이라는 사실 만은 인간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비록 죽음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그 방법은 각기 다를 지라도 인간이라면 그 누구라도 한번의
죽음은 맞이하게 된다.
경찰 생활을 십수년 해오다 보니 범죄로 인한 죽음과 각종 사고로 인한 죽음을 많이 보아왔다.
그렇게 존귀한 것이 인간의 목숨이지만 너무나 쉽게, 때로는 어처구니 없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많다. 신호위반차량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의 죽음, 산업현장의 구조물에 깔려 숨진
한 가장의 죽음, 돈 때문에 아들의 칼에 살해당한 아버지의 죽음들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원치않은 죽음이 대부분 이지만 요즈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원하는 모습의 죽음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부부싸움에 격분하여, 학교 성적 때문에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고 빚 때문에 목을 매달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죽음의 모습들도 수없이 보아왔다.
인간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숭고하여 존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유족과 살아생전 인연을 같이 나누었던 지인들의 경건한 애도와 위로속에서 인간의 죽음은
종결되어 져야 한다.
원치 않은 죽음이든 원하는 죽음이든 인간의 죽음은 그 자체로서 숭고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해전 진해에 사업장을 둔 모 택시 회사의 기사분이 가출 신고 된 적이 있었다.
택시회사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가출인이 도박 빚과 가정문제로 인하여 자살 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가출 신고가 있은지 얼마 후 가출인의 택시가 산 밑에서 발견됐다.
깊은 산 속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서 자살을 하겠다는 평소의 말대로 산속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보였다.
자살을 하겠다고 작정한 사람은 그 누구도 말리기 힘들다,
시신이라도 찾아 유족과 동료들에게 인계해 주려는 애절한 마음에서 며칠씩 걸려 험한 산속을 찾아
헤매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넓고 험준한 산속에서 시신을 발견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택시회사 동료 몇사람이 경찰과 함께 며칠씩 인근 산속을 구석구석 찾았지만
헛수고 였다.
시신을 찾지 못하면 사망했다는 사실 조차도 불 명확하기 때문에 장례를 치르기도 힘들다.
결국 지금껏 그 택시 기사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그의 죽음 또한 종결되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죽음에 대한 장례는 산자의 몫이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 택한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도 산자로 하여금 장례에 대한 마지막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곳 진해는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나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말씀의 혼이
깃든 곳이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의 죽음을 숨김으로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나라를 구했다. 그 때와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의 죽음을 일부러 숨겨가며 유족과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죽음의 상황을 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의 가치가 평가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한번 찾아오는 죽음, 이 죽음을 아름답고 숭고하게 맞이할 수는 없는 것일까?
'각 언론사에 기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조심 말조심하면 성공한다 (0) | 2010.01.04 |
---|---|
업에 충실한 사람이 되자 (0) | 2010.01.04 |
일상으로 돌아간 노건호씨 (0) | 2010.01.04 |
행정구역 통합 공청회 파행 (0) | 2010.01.04 |
진해시 불법 광고물 처리 행정 이래서야 (0) | 2010.01.04 |